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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데스크] 빌라發 주택시장 양극화 해법 찾아야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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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낙인 효과 후폭풍

전세·매매 아파트 쏠림 심화

공사비·고금리에 공급 부진

다양성 깨져 주거안정 흔들

자율주행차 등 미래 변화 대비

주택 다양성 확보 강화 필요

빌라(다세대·다가구주택)에 살아본 사람은 인정한다. 주택 내부 구조 자체는 아파트와 구분이 힘들 정도로 평준화돼서 만족도가 높다고. 다만 주차와 커뮤니티 시설 등 기반 시설이 취약해 불편하다는 점이 중론이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여전히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보다는 타운하우스나 단독주택이 선호된다. 한국에 체류하려는 외국인들이 대체로 주변 여건이 괜찮은 빌라를 주거지로 선택하는 이유다. 이처럼 주택에 대한 선호는 문화와 기술 여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

1960년대 초기 우리나라에 도입되던 시절 아파트는 그다지 환영받던 주택 유형이 아니었다. 고층을 올리는 기술이 부족한 데 따른 불안도 작용했겠지만, 소득 수준이 낮아서 기반 시설 수요도 높지 않았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서 아파트는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벌써 50주째 오르고 있다. 서울은 아파트 비중이 전국 평균보다 낮다. 주택총조사 통계(2022년)에 따르면 서울의 총주택 311만가구 중에서 아파트는 185만가구(59.4%)를 차지한다. 전국 평균은 64%다. 서울의 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을 다 합쳐 112만가구(36%)나 되니 서울 주거 안정 측면에서 빌라의 역할은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전세사기 광풍이 지나간 후 빌라 주인들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깡통전세가 터진 것은 전셋값이 매매가격보다 더 높은 신축 빌라에서 많았다. 하 지만 빌라 유형 전체가 전세사기의 주무대로 낙인찍히면서 세입자 구하기가 만만치 않아졌다.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빌라 보증 한도를 축소하는 정책이 오히려 전세 세입자들을 구하기 힘든 구조로 몰아갔다. 대신 아파트 쏠림만 부채질했다.

빌라를 처분하고 싶어도 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 때 다주택자를 잡겠다며 저렴한 빌라를 세주고 살던 집주인들까지 투기꾼 취급했을 때 이미 수난은 시작됐다. 은퇴 후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부지런히 아끼고 돈을 모아 준비한 이들이 세금 폭탄만 맞았다.

빌라 등을 주로 짓던 중소·중견 시공사들이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착공 건수도 급감했다. 지난주 시공능력평가 전국 99위에 올랐던 광주 중견건설사도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지방 아파트 미분양이 쌓이는 것도 문제지만 비아파트 시장 침체로 손드는 건설사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빌라 불신을 초래한 요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공산품 같은 브랜드로 표준화된 것과 다른 길을 갔다는 점이 클 것이다. 대부분 낡은 빌라는 실제 거래가 빈번하지 않아 시세 파악이 어렵고 개별 주택에 대한 정보 관리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전세 계약 전에 다가구주택에 전입 신고하려고 가 보니 옆집이 1층 전체에 전입신고를 하는 사례 등 허술한 틈이 너무 많다. 이런 문제부터 보완해서 시장 신뢰를 얻어야 한다.

자연계에서 지속가능성을 논의할 때는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이 기본이다. 생물종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해야 생태계는 더욱 안정된다는 의미다.

앞으로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되는 시대에는 굳이 집 근처에 주차장을 둘 이유가 사라진다. 이처럼 미래 기술 변화에 맞춰서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 기준을 다시금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도시계획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인건비를 포함한 공사비 급등과 고금리 상황에서 신축 아파트 공급이 힘들어졌다. 빌라 등을 제대로 활용해 급한 불이라도 꺼야 할 정도로 서울 주택 공급은 위기 전 단계다.

[이한나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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