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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대착오적 '대기업집단 지정' 없앨 때도 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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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집단과 총수(동일인) 지정제를 둘러싼 논란이 불붙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제 올해 공시대상 대기업집단 지정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 쿠팡의 동일인을 개인(김범석 이사회 의장)이 아닌 법인(쿠팡)을 지정했다. 김 의장이 미국 국적이고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가 미국 법인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의장 총수 지정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최혜국 대우 규정 위반 등 통상마찰로 비화할 수 있는 만큼 공정위로서는 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돈을 버는 외국기업에 특혜를 주면서 국내기업만 옭아매는 건 '역차별'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쿠팡과 달리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 카지노·복합리조트 기업 파라다이스 등 7개 그룹은 모두 오너가 총수로 새로 지정됐다. 대기업집단 지정 때 공정거래법 등 41개 법률이 적용돼 일감 몰아주기, 상호출자금지 등 무려 274개의 규제를 받게 된다. 총수들은 4촌 이내 친족과 3촌 이내 인척의 주식 보유현황을 공시해야 하는데 얼굴도 모르는 친·인척의 사업현황과 보유지분까지 챙기느라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 오죽하면 중견기업 사이에서 대기업집단에 들어가지 않으려고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만연할까.

대기업집단 지정은 한국에만 있는 제도로 수명이 다한 지 오래다. 이 제도는 1986년 경제력 집중과 족벌경영, 정경유착 등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40년이 다 돼 가는 지금은 시대착오적 규제로 전락했다. 당장 '자산 5조원 이상'의 지정 기준은 2009년부터 15년째 요지부동이다. 그 사이 경제규모는 2배 가까이 커졌고 대기업집단 수도 48개에서 88개로 늘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대상 19개국 가운데 100대 기업의 자산집중도나 매출집중도는 한국이 15위 수준이다. 삼성전자 등 다수의 대기업은 활동무대가 글로벌 시장으로 바뀌었고 해외매출 비중이 국내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국경이 무의미해진 글로벌 투자환경에서 경제성장과 기업혁신을 가로막는 이런 '갈라파고스 규제'는 더 유지할 근거를 찾기 힘들다.

공정위는 그동안 동일인 제도 개선을 공언했지만 4년째 김 의장의 총수지정 제외로 변죽만 울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자기 일감 줄어들까 봐 규제를 방치하는 게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까지 쏟아진다. 공정위는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조속히 철폐하고 본업인 독과점 감시와 경쟁촉진에 집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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